안녕하세요~ 처음으로 이렇게 후기를 남겨요.
항상 다른 사람의 후기만 읽다가 제가 후기 남기려니까 쑥스럽네요~^^; 저는 숭실대 오전반 사회사업학과 4학년 학생이에요.
사학과나 중국어과나 법학과만큼 한자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별 필요성도 못 느꼈는데 친구들 3명이 이 수업을 신청했다고 해서 학교 나와 공부도 하고 한문도 배우고 수강료도 싸고 하니 그냥 <한자 알면 좋겠지, 뭐.> 하며 친구 따라 그냥 신청했어요. -_-;;
또 외대에서 수업 들었던 선배가 좋다고도 하고..그리고 제가 4-1 때 법제론이란 수업을 들었는데 한자가 너무 많이 나와 일일이 아버지께 물어보면서 공부했었는데 (법제론이란 제목조차도 못 읽었었죠;;)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이번 기회에 그 한자들 다 알아야지. 하는 생각도 있었구요.
그렇게해서 수강했고 자격증 붙는다는 것은 과대광고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. -_-++ 좋게 말하면 진짜 순수하게 한자 익혀보려고 신청한 것이죠. ^^;;
첫째 주에는 제가 수련회 때문에 3번 다 빠졌고 (나중에 저와 같은 학생들을 위해 보충해주신 거 정말 감사해요.^^*) 둘째 주부터 들었는데 사실 처음 들을 때에는 물론 잘 외워지기는 했지만 <에이, 저건 좀 억지다. 완전 말 끼워 넣기네.>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. 또 <왜 훈음을 안 써놔서 필기를 많이 하게 만드는거야.> 이러기도 했고 ^^;;
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런 설명들을 100% 믿으면서 그 한자들이 진짜 훈장님 설명같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.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. 그리고 훈음을 안 써놓는 것이 더 도움 많이 되었구요.
그리고 처음에는 한자 익히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 약간의 의무처럼 학교를 다녔어요. 한자 익히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골에 내려가는 버스에서도 한자공부 하면서 가고 시골집에서도 한자쓰기 공부하고 아직 반도 배우지 않았는데도 한자로 된 것이면 이것저것 막 읽어보려고 하고. 공부가 이렇게 재밌구나. 함을 첨으로 느껴본 것 같아요~
그런데 중반 쯤 오다보니 제게도 슬럼프가 왔나 봐요. 배운 것이 1000자 쯤 되다보니까 그 전에 배운 것들 복습을 많이 했다 생각했는데 다 헷갈리고 같이 듣던 친구들 3명도 점점 안 나오고 그러다 보니 나도 빠지고 싶은 충동도 막 들고 -_- (친구랑 같이 듣는 거, 처음에는 친구가 안 오면 제가 가르쳐주기도 하고 좋았는데 나중에는 같이 빠지고 싶고 그러더라구요~;;) 또 하필 그 때 개인적으로 일이 생겨서 그것 때문에 한자에 집중도 안 되고. 날씨는 덥지, 학교는 멀지, 교실도 높고, 시끄럽고 교실도 작아 자리도 많지 않고 에어콘은 단 한대. -_- (근데 저는 우리 학교라 그런지 숭실대가 더 공부 잘 되더라구요~^^;)
그래서 그 때 며칠 빠지기도 했는데^^;; 불행인지 다행인지 건대 수업이 몇 번 미뤄져서 숭실대 오전반은 결석했지만 나중에 건대에서 다 들어 수업 못 들은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. ^0^v 그리고 날씨 점점 선선해지고 친구들이 아예 안와도 아무런 충동 없이 혼자 잘 듣고 대답도 잘 하고 그랬었어요.
그리고 3급을 신청했지요. 저는 단체접수 해주는 줄 모르고 한자공부에 푹 빠져있던 7월 달에 이미 개인적으로 2급을 접수해놓아서 3급 신청했어요. 나오는 한자도 다른데 괜히 3급 신청했다는 생각도 많이 들기도 했는데 어차피 나중에 2급 볼 것이고 자격증을 위해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, 한문 하나 더 안다고 피해보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지요. ^^* 그래서 9/3, 이번 주 토요일에 한문 2급 또 시험 본답니다. ^^;;
또 그저께 수강신청을 했는데 원랜 한자 같은 거 전혀 관심이 없어서 들을 생각도 안했지만 이번에는 <생활한자> 라는 것도 수강했구요. 사자성어랑 한자소학, 명심보감, 논어, 사설읽기 같은 거 한다는데, 예전엔 듣기만 해도 고리타분하다고 생각된 이것들이 지금은 참 기대가 되요. 이번에 배운 한자를 저렇게 또 써먹으니 일석이조이구요. ^^;;
또 전에 훈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그 학생과 같이 전에는 <한글이 있는데 왜 한문을 써서 읽지를 못하게 하는 거야.> 했지만 지금은 <국어는 동음이의어도 많은데 왜 한글을 써서 의미파악을 힘들게 하는 거야.> 하기도 하고 (2달 전에는 이런 얘 재수 없어 했죠;;) 제가 사는 <방이동>도 <아~ 이래서 방이동이구나.> 하기도 하고, 여러 단어를 볼 때 <이런 것도 한문이구나. (‘물론’, ‘어차피’ 이런 말들이요.)> 하고 한글의 의미파악이 좀 더 확실해지기도 하고, 지나다가 한문간판 보면 예전에는 아예 안 보고 지나쳤을 그 간판을 이제는 한 번씩 더 보면서 읽기도 해요. 지하철역 지나갈 때에도 한글아래 써 있는 한문들 다 읽으면서 혼자 좋아라하고^^;;
처음에는 아무런 기대 없이 친구 따라 그냥 수강신청 했는데 2달 동안 이렇게 바뀌어 있는 제 자신을 보면 참 놀랍고 한문 2000자가 2달 만에 제 머리 속에 이렇게 남아있는 것을 보고 못할 줄 알았던 제가 해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방학을 참 알차게 보낸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해요. 한가지 아쉬운 점은 왜 이런 수업을 4학년 때 알았을까. 하는 거. T.T
훈장님, 참 고마워요. 훈장님이 주신 한문쓰기공책, 중간에 슬럼프도 있었지만 한 칸도 빠짐없이 다 썼어요. 다 써서 이제 필요 없지만 2달 동안 계속 지니고 다녀서 정들어서 못 버리겠어요. ^^;; 훈장님이 주신 연필, 시험 전까지 다 써야지 했는데 그 말대로 몽당연필이 되어 못 쓰게 될 때까지 다 썼구요, 훈장님이 주신 책받침, 시험 전날 한번 다시 정리할 때 정말 잘 썼구요, 덤으로 더울 땐 부채로, 햇빛 뜨거울 땐 햇빛가리개로도 썼던 것 같아요. ^^;; 훈장님이 주신 소교재, 저 책표지 싸서 시트지로 싸가지고 다녔어요. 언제부턴가 항상 제 가방 안에 있었고 지하철 안에서 외우면서 다녔기도 하고. 전에 사주신 냉면두 참 고맙구요 ^^*
평소에 잘 안 쓰는 <할퀴다.>, <높이 다스리다.>, <창>, <짐승발자국> 이런 말들이 참 친숙하게 여겨졌던 2달이였어요. 예전에는 집에 갈 때 방이역에서 내려 집에까지 그냥 갔는데 이제는 꼭 한번씩 미다래 2층에 있는 선생님 학원을 한번 씩 보게 되요. 그냥~^^;;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이 수업 꼭 한번 들으라고 강추하고 있고, 한자 너무너무 싫다면서 한문시험 전날 우는 소리 하는 중학생 제 동생도 대학생 되면 꼭 들어보라고 할 거랍니다.
또 누군가 이 수업 들을 것이라면 웬만하면 수업 다 나오고 앞자리 앉고 복습 꾸준히 하고 대답도 크게 하라고 하고 싶어요. 제가 그랬는데^^;; 그러니깐 확실히 더 많이 남는 것 같더라구요. 이번 주 개강하면, <생활한자> 수업을 들으면서 이번에 배운 한자들 더 깊이 배울 것 같아요. 빨리 개강했으면 ^^;;
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, 저는 9/3에 있을 2급 시험을 위해 다시 한문 공부해야겠어요. 그럼 공부하러 갑니다~* p.s ) 허리 빨리 완쾌하시구요, 여행두 잘 다녀오세요. 다음 학기 저희 학교에서 강의하신다니 지다가다 볼 수 있겠네요~ 담에 뵈요. ^^